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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될때까지 재탕사연] 볶음밥 할머니 (매우 길~~다 주의)	: 절름발이유령
	1266 2012.05.11


안녕하세요 혁군님 창후님 씨드락님 요즘 접속뜸한 절름발이유령입니다. 안그래도 사연도 기니까 바로 본론으로 갈게요 점심이었습니다 마트 내 푸드코트? 에서 볶음밥을 시키고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엠피를 켜놓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흥얼거리는 중인데 갑자기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시더니 제 테이블에 가방을 턱 놓으시고는 제 앞자리에 털썩 앉는것입니다 "저... 할머니 여기 자리가 많은데요..." "씨끄러! 난 여기가 좋아!" 할머니는 자리를 옮기실 생각이 없으신듯 한데 제가 옮기면 뭔가 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같이 앉아있었습니다. 제 테이블에요!! 그때 제 자리 뒷 테이블에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앉으셨고 할머니는 그 할아버지를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셨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총각, 저 영감 참 심술궂어 보이지 않는감?"하셨고 저는 그냥 "예? 예...뭐..." 했습니다 잠시후 제가 주문한 볶음밥과 할머니가 주문하신 스파게티가 나왔습니다. 저는 그렇게 처음보는 할머니와 가족같이 마주보고 앉아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눈치를 흘끔흘끔 보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총각, 미안한데, 볶음밥은 날 주고 다른거 먹어도 괜찮겠나?" 하시는 겁니다. 저는 '아무래도 스파게티는 어르신들이 드시기엔 좀 입에 안맞을수도 있으니 내 볶음밥과 바꿔 먹자는 건가 보구나'하고는 ",,,네 그러시죠 할머니" 했습니다 할머니는 "고맙네 총각! 고마워!!" 하시더니 노인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힘으로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시고!! 쇼핑백은 다른쪽 어깨에 걸치신 채!!! 한 손에 본인의 스파게티와, 다른 한 손에 제 볶음밥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셨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서 '이...이건 뭐지? 계획된 노략질인가? 제갈량의 계략에 형주를 뺏긴 손권과 주유의 기분이 이런 기분인가?' 하고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에이 돈버렸네'하고 나가려고 일어나서 뒤돌았는데 제 뒤 테이블에 원래 계셨던 할아버지와!!! 제 앞에 앉으셨던 할머니가!!!! 다정하게 마주 앉아서 하하호호 웃으시며 맛있게!!! 할머니는 스파게티를!!! 할아버지는 제 볶음밥을!!!!! 드시고 계시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황당해서 다시 패닉상태에 잠겨 멍하니 서있는데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할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다가오셔서는 "아이고 참 총각 내가 곧바로 말한다는게 까먹어버렸구만 늙으면 문제가 많단말이여 허허허" 하시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셨습니다. 알고보니 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부 사이셨는데 쇼핑 중 싸우고 푸드코트에 와서 따로 앉으셨답니다. 할머니는 점점 본인의 욕심때문에 싸웠다는 생각이 들 무렵 할아버지를 흘끔흘끔 쳐다보셨는데 모든 돈이 할머니에게 있었던지라 할아버지는 좋아하시지도 않는 라면을 시키실 수 밖에 없었고 화가 점점 누그러들고 계시던 할머니는 라면을 시키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짠해져서 저에게 급히 볶음밥을 받아서 할아버지께 드린것입니다 (신기하게도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볶음밥이라고 하시더군요) "설명도 안하고 그냥 가져가버려서 놀랐겠구만, 총각이!" 하시며 한사코 사양을 해도 할머니께서 "그냥 내가 영감이랑 화해한게 기분 좋아서 그러는것이여!!" 하시며 저에게 할아버지가 한 젓가락 드신 라면과 2만원을 강제로 쥐어주시고 할아버지와 함께 훈훈하게 마트를 나가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에게 주신 돈 2만원 좋은 곳에 잘 쓸게요 그리고 두분이 저에게 주신 라면, 이제껏 먹어본 것 중에 가장 마음이 맛있어지는 라면이었어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p.s. 저때 받은 돈 좋은 곳(야구장 비, 치킨비)에 잘 썼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