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용::

홈 - 놀이터 - 자유

		말년의 추억을 돌아보며.	: 혁군나라
	2024 2006.09.08


군시절 여러가지 추억이 많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월드컵 시청을 했을 때가 아닐런지. 그 당시 말년이었던 나는(99군번임) 말년휴가를 앞두고 여느 부대처럼 몸사리기 좋아 하는 반사제(사회인)였다. 역시 그 날도 어김없이 달콤한 밀크커피 한잔과 사제용 마일드세븐 담배를 피우며 짱박혀 있는데 사관실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다름이 아니라 신병내무실 신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를 밖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다 우연히 내가 속한 내무실에 가게 될것을 알자 속칭 신병 물먹이는 장난끼가 발동. 어김없이 머리속 회전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바짝 긴장된 모습으로 신병이 사관실에서 나왔다. 이를 놓치지 않고 나는 그 녀석한테 바짝 다가갔다. "엇?? 피..이...일 승!!!" "어. 그래~ 너 신병이냐?" "넵~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우리 내무실로 온다지 아마??" "네? 아.. 그.. 그렇습니다." "에이 에이.. 그렇게 긴장 안해도 돼. 난 며칠뒤면 아저씨야 아저씨. 긴장 풀어 자자~" 이렇게 신병을 달래 내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가까운 PX에서 빵과 과자를 사주면서 녀석의 경계심을 줄여나가자. "뭐.. 이런 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무실에 들어오면 꼭 해야 할 신고식이 있는거 알지?" "아..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특별한 것은 아니고, 우리 부대는 특성상 대담성과 패기를 보여 주는 행동이 필요해. 쉽게 말해 이렇게 하면 되지." 그렇게 신병은 나에게 큰 조언인냥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우선 내무실 문을 발로 박차고, 네가 메고 있는 더블백(배낭)을 안으로 집어 던지면서 이렇게 꼭 외쳐. 야~ 신병 받아라!! 이게 우리 부대의 신고식이니 꼭 할 수 있도록 해라 알겠지?" 이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신병에게 말하자 큰 탄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대답을 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녀석 ㅋㅋㅋ.. 나는 신병에게 사준 음식을 다 먹고 들어 오라는 말과 함께 본 내무실에 입성. 녀석을 기대에 찬 모습으로 낄낄거리며 웃자 한달 아래인 후임이 의아하듯이 물었다. "박뱀(병장을 줄임)~ 뭐 좋은 일 있나보우??" "어? ㅋㅋㅋ 어.." "막판 갈 때가 되서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유?" "짜식아~ 그런게 있어 두고봐" 그렇게 대충 무마시키고 기다리자 잠시 후 신병이 기대를 져 버리지 않게 문을 박차며 들어왔다. 그리고 대성박력한 목소리로 "야~~야야야~ 신병 받아라!!!" 하고 더블백을 휙~ 안으로 던졌다. 그런데 더블백 고리가 잘 잠기지 않았는지 고리가 풀리며 그 안의 내용물이 한달 후임이 있던 곳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그 후임은 신병의 속옷가지가 얼굴로 날아들고 더블백이 자기 발에 떨어지자 어이없는 얼굴을 하며 입을 벌렸다. 그 모습에 나는 박장대소를 하며 웃자 잠시 후 한달 후임이 시뻘건 얼굴을 하고는 슬리퍼(속칭ㄸㄸ이)를 들고 신병 면상을 치기 시작했다. "야~이 떨 아이!! 새꺄~~ 너 초반부터 미쳤어?? 어?어? 정신 못차려?? 고문관아~~" 이렇게 나의 말년골탕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그 후 신병은 나의 제대 후에도 나로 인해 고참들의 먹이감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전설이 되었다. 즐거운 이야기가 되었길 바라며 다음에 또 올리겠습니다 ^^